병원에는 "백신을 맞아도 되냐"는 전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물론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질병통제센터가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며, 백신 접종을 계속 권고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는데도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 ▲ 일본에서 시작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부작용 논란으로 국내 여성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백신과 부작용은 연관성이 없으며, 부작용을 걱정해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일본도 접종은 계속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달 14일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접종 권장을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이는 '백신 접종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는 "일본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국가에서 무료로 접종을 해주고 있는데, CRPS 부작용 논란이 일자 정책적인 액션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조치가 곧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백신, 정말 위험할까
일본 후생노동성은 백신과 부작용이 관계가 있는지 파악 중이다. 김병기 교수는 "세계보건기구 등의 검토 결과처럼 일본에서도 백신과 부작용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백신을 맞은 그룹에서 이들 질병이 생긴 비율이 백신을 맞지 않은 그룹에서의 발병률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백신 부작용 보고에 따르면, 길랑바레증후군과 급성파종성뇌척수염은 약 430만 접종에 1건씩 발생했다. 두 질병의 통상 발병률은 10만 명당 1명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약 860만 접종에 1건이 발생했는데, 일반인의 발병률(100만 명당 8명)에 못미쳤다.
◇다른 백신과의 연관성 안 밝혀져
이번에 부작용으로 제기 된 세 질병은 과거 다른 백신과 관련해 주목받은 적이 있다. 길랑바레증후군은 1978년 독감 백신 접종 후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환종 교수는 "당시 길랑바레증후군과 독감 백신 접종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백신 접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성파종성뇌척수염도 일본뇌염 백신과의 관련성이 언급됐지만, 발생 사례가 드물고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현재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중단한 나라는 없다. 이환종 교수는 "발병 가능성이 희박한 질병을 걱정해 자궁경부암 백신의 예방 효과를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병기 교수는 "백신 접종을 할 때 정말 위험한 것은 실신이나 아나필락시스(심한 쇼크)와 같은 급성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접종 후 30분 정도 의자에 앉아 강한 통증, 마비 등 증상이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 좋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